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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아직도 무한도전과 1박2일을 떠나지 못하는걸까

사은목 2024. 5. 21.

나의 MBTI는 ISTJ로 대문자까지는 아니지만 I성향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래서 남들하고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나서서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 에너지를 얻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다.

 

그냥 집에서 혼자 있거나 와이프와 둘이 놀면서 쉬고 에너지도 충전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밥을 먹을 때도 여럿이 먹는 거보다 혼자 먹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나 뚝빼기 음식을 좋아해서 해장국, 순댓국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혼자 먹으면서 늘 보는 것이 바로 유튜브고 무한도전, 1박 2일을 항상 켜놓는다.

 

그게 아니면 축구도 좋아하니까 주요 경기 하이라이트나 전술 분석 영상 등을 보곤한다.

이전에는 난 원래 무도팬이고, 1박 2일 팬이니까 그런가 보다 생각하곤 했는데 유튜브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한 게 나만 그런 게 아니네? 다른 사람들도 무도와 1박 2일을 지금까지 본다는 건 그때 시절과 예능을 그리워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글을 통해 내가 왜 아직도 15년도 더 된 예능을 찾아보고 있는지, 지금 예능과 무엇이 다르길래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한번 써보고자 한다. 

 

지금 예능의 재미?

사실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 예능은 무슨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유튜브가 등장하고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다양한 OTT가 나오면서 기존 지상파 예능을 잘 안 보게 된 것도 있지만 지금은 전혀 관심이 없다고 보는 편이 맞는 것 같다.

 

유튜브 쇼츠나 간단한 영상으로 나오는 것을 어쩌다 보면, 대부분 예능이 앉아서 VOD 영상 보면서 공감하고 이야기하는 관찰형 예능이 많은데 내가 그런 예능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지금 예능 스타일이 너무 관찰형 예능으로 편중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면 나 혼자 산다를 시작(내가 기억하기로 나혼자 산다가 관찰 예능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첫 번째 예능이지 않나 생각한다.)으로 전지적 참견시점, 미운 우리 새끼 등 다양한 관찰 예능이 나오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관찰 예능이 나오고 있다.

 

무한도전 1박2일무한도전 1박2일무한도전 1박2일

 

방송 방식도 내가 선호하지 않지만, 너무 많은 비슷한 류의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질리는 면도 있고, 뻔한 리액션 등이 크게 흥미롭지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부가적인 부분이지만 대놓고 하는 PPL 간접광고나 연예인들의 화려한 삶을 엿보는 것 같은 느낌도 그다지 기분이 좋진 않아서 지금까지도 관찰 예능은 보진 않는다.

 

옛날 예능의 그리움

그에 반해 무한도전과 1박 2일이 양강으로 있던 2000년대 중후반 시절에는 지금처럼 그렇게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지도 않았지만 몸으로 뛰는 그런 예능 스타일을 선호했던 나로서는 가장 재미있었고, 추억도 많았던 시절의 예능인 것 같다.

 

어릴 때는 단순히 웃음을 위한 용도로 무한도전과 1박 2일을 소비했다고 하면 지금도 비슷한 이유로 시청을 하지만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해본 지금의 입장에서 당시 출연진과 제작진들의 노고가 화면 밖으로 느껴지는 듯했다.

 

가장 감명 깊게 봤던 무한도전 뉴욕특집이나 1박 2일 백두산 특집 등 이런 특집을 보면서 진짜 잠도 못 자면서 촬영을 하는데 오로지 시청자들의 웃음을 위해 체력을 갈아 넣고, 있는 힘을 다해 텐션을 유지하는 등의 모습이 지금 나이에서는 보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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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BC 유튜브 채널 /  KBS 유튜브 채널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만 늘 피곤하고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회사생활이고 사회생활이라고 생각하는데 당시 예능을 하던 출연진들을 보면, 그들에겐 프로그램 출연이 회사생활이고 사회생활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힘든 내색이 전혀 없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끊임없이 내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대단하다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지금 예능을 하시는 출연진이나 제작진들이 대충 한다거나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적어도 내가 봤던 과거 예능에서는 그런 부분이 느껴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한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모여서 무한도전, 1박 2일 예능을 보면서 웃고 했던 기억이 이 예능에 대한 기억으로 같이 녹아있는 것 같다. 오죽하면 어떤 장면에서 그때 내가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었지 라는 게 생각이 날 정도다.

(명수는 12살 특집 때 내가 군대 외박을 나왔었고 당시에 부모님과 분식집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나는 아직 아이가 없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기억은 내가 어릴 때 같이 살았던 부모님과 지금의 와이프에 대한 기억이 전부이지만, 현시대의 가정에서 모두가 모여서 함께 예능을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보면 과거처럼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무한도전 서울 구경 특집을 봤는데 그 영상에 나왔던 서울의 풍경에 대해 정리한 인터넷 게시물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시 2007년 서울 모습으로 지하철 요금이 900원이고, 스마트폰 네비가 없어 지도를 보면서 가고, 지하철에서 핸드폰 없이 신문을 보는 모습 등 옛날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무도판 응답하라는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묘하면서 추억이 새록새록하는 느낌이었다.

 

10년이 지나도..

아마 나는 10년이 지나도 무한도전과 1박 2일을 보고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미 무도와 1박 2일은 볼만큼 봐서 어떤 특집에서 누가 무슨 대사를 치고 리액션이 어떤지 다 알고 있음에도 혼자 밥먹거나 시간을 보내야 할 때면 또 찾아볼 것 같다.

 

명작은 그 전개와 결말을 알고서도 다시 찾게 만든다 라는 말처럼 나에게 있어 무한도전과 1박2일은 그 어떤 영화, 예능보다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웃음과 감동, 출연진과 제작진의 프로그램에 대한 진정성, 내 어린 시절의 추억 등 모든 면에서 빠짐없이 나를 만족시키고 다시 찾게 보게 만드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게 느끼는 건 비단 나뿐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내 의견에 동감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이쯤이면 사실 단순 웃음으로 본다기보다는 그 시절 예능을 통한 내 추억을 회상하고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보는 이유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나는 지금 나오는 예능을 폄하할 생각도 없고 그들의 노력에 대해서는 내가 언급할 부분이 전혀 없기 때문에 내가 기억하는 예능에 대해 이야기한 것뿐이다. 

앞으로 10년 뒤에 어떤 예능이 나와서 대박 프로그램이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무한도전과 1박 2일을 죽을 때까지 버릴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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